막연했던 버킷리스트는 10여년이 훌쩍 지난 어느날 느닷없이 이루어 졌다.
사실 별 감흥은 없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노력하여 얻었을 때 그 순간의 성취감 그리고 감동.
혹은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이루어진 경우.
이런 경우 그 순간의 성취감 이라기 보다 이 순간이 어떻게 이루어졌나 그 과정을 다시 곱씹으며 감동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던 하루 하루.
그리고 퇴사를 결심한 순간.
나를 위해 큰 선물을 줘야 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리고 나는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 이 있다는 것.
그 중 첫번째 선물은 65일간의 남미 여행.그리고 마추픽추.

10년간의 노력이 마추픽추 등반을 위한 노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마추픽추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마추픽추에서 받은 감동은 마추픽추에 발을 딛은 그 순간의 감동이라기 보다
나의 10년으로부터 받은 감동이었다.

2015년 마추픽추, 페루


내가 지금껏 살아온 환경과는 전혀 다른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마음껏 표현해보기.

2015년 남미

그냥 죽치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싶은 열망이 끌어오른다.
그 열망이라 함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누구나 아는 그 마음 이다.
이 마음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는 것. 여행이 주는 선물.
Enjoy wasting time.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버트런드 러셀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time you enjoy wasting is not wasted time"
(허비된 시간을 즐겼다면, 그건 허비된 시간이 아니다)

2015년 남미

숙소에서 한 숨 자고 나와 12각돌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과 처음 마주 했다.
그 때 사람들이 왜 쿠스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잉카 시대의 벽돌과 바닥, 성당,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 그 위를 비추는 찬란한 햇살.
쿠스코는 시간이 멈춰 있는 도시 같았다.
모두 느리게 느리게 걸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 이유가 나처럼 고지대에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일지라도.

2015년 쿠스코, 페루

나스카 라인 경비행기 탑승시 준비물.
비어 있는 위장.
구토방지 멀미약.
구토시 필요한 비닐봉지.
구토를 이겨내고 사진을 찍겠다는 굳은 마음가짐.

2015년 나스카, 페루